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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상징의 힘 ② 책거리, 물고기, 박쥐 책거리, 물고기, 박쥐 – 조선의 마음을 담은 상징들“민화 속 사물은 그냥 사물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바람이고, 기도였으며, 삶의 언어였다.”사물에 바람을 담는 마음민화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다.그 안에 담긴 뜻을 알고 나면, 그저 지나쳤던 소재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책이 단순한 지식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자부심이 되고,물고기가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이 번영과 흐름을 상징하게 된다.이번 글에서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대표 민화 소재 세 가지,책거리, 물고기, 박쥐에 담긴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책거리 – 지식과 교양의 시각적 선언책거리는 조선 후기 민화의 대표적 정물화다.이름 그대로 책과 문방사우, 도자기, 화병, 향로 등이 함께 배치된 그림이다.책거리가 유행한 시기는 중.. 2025. 6. 3.
민화 속 상징의 힘 ①연꽃과 호랑이 붓끝에서 피어나는 상징의 언어, 민화는 조용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한국 전통 민화, 그 안에 담긴 상징의 세계민화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기술만큼이나 궁금했던 것이 바로 ‘왜 그렸을까’라는 질문이었다.왜 연꽃을 그리고, 왜 호랑이를 그렸을까.왜 까치와 함께 등장하고, 연꽃은 유난히 맑은 분홍빛일까. 민화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다. 조선 시대의 사람들은 삶에서 얻고 싶은 것, 지키고 싶은 것을 그림에 담았다.그리고 그것을 상징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복을 기원하고, 병을 막고, 자식의 출세와 가정의 안녕을 바랐다.그 마음이 바로 민화 속 상징의 힘이다.이번 글에서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두 가지 소재, 연꽃과 호랑이를 통해 민화 속 상징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연꽃 .. 2025. 6. 3.
민화 연꽃 채색 따라하기 – 초보도 할 수 있는 전통 그림 취미 색을 입히며 나를 돌아보다. 조용히 피어난 한 송이 마음의 연꽃.먹선 위에 떠오른 고요한 풍경민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할 수 있을까?’였다.선을 긋는 것도, 붓을 드는 것도 낯설고 조심스러웠다.그러나 연꽃 도안을 받고, 먹선으로 그 형태를 완성했을 때 나는 조금은 달라진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드디어 그 선들 위에 색을 입히는 날이 찾아왔다.채색은 내가 그린 선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작업 같았다.그냥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선의 의미를 되새기며 색으로 숨을 불어넣는 과정. 조용한 마음으로 분채를 풀고, 붓에 물을 적셔 연잎 위를 천천히 지나갈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물들어갔다.붓끝에 얹힌 하루의 감정들내가 선택한 색은 푸른 청록빛이었다.잎.. 2025. 5. 27.
Ep 2. 민화 채색 과정 – 전통 색으로 피워낸 연꽃의 아름다움 “한 올의 붓질로 전통을 입히다. 동양화 물감으로로 물들인 나의 첫 민화.”1. 민화 채색의 세계: 선 위에 감성을 입히다민화는 선으로 시작해 색으로 완성된다. 먹선 작업이 조형과 균형을 잡는 기초라면, 채색은 민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 같은 과정이다. 민화의 색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철학과 상징을 담고 있는 전통색채의 결정체다. 전통 민화 채색에는 ‘분채(粉彩)’라는 기법이 쓰인다.분채는 자연 광물이나 안료를 곱게 갈아 아교풀에 섞어 색을 내는 방식이다.석채(石彩)라고도 하며, 일반 물감과는 달리 색이 차분하고 고급스럽다.특히 민화에서는 한 톤으로 꽉 채우기보다는 여러 겹을 얇게 덧칠해 색의 깊이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채색은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다만, 취미로 시작했기 때문에 동양화 물감.. 2025. 5. 27.
Ep 1. 민화란 무엇인가? – 서민의 삶을 담은 한국 전통 그림 “붓 하나로 시작된 전통, 나의 첫 민화 여정을 소개합니다.”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 민화를 만나다.1. 민화, 누구의 그림이었을까?'민화'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민화(民畵)는 말 그대로 ‘백성의 그림’, 즉 조선 후기 일반 서민들이 그렸거나 감상한 그림을 말한다. 궁중이나 양반들이 즐기던 화려하고 정형화된 ‘궁중화’와는 달리, 민화는 자유롭고 서민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화는 정해진 틀이나 기술보다는 삶에 대한 소망과 이야기가 중요했다.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모란이나 학, 연꽃과 같은 소재는 물론, 호랑이와 까치, 책거리 등도 즐겨 그려졌다.이 모든 그림에는 “잘 살고 싶다”, “가정이 평안하길 바란다”, “지혜롭고 .. 202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