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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상징의 힘 ⑤ 학과 소나무, 거북이 – 오래 살기를 바라는 그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은 시대를 뛰어넘어 그림으로 전해진다.장생(長生), 오래 사는 삶에 대한 꿈민화를 배우며 가장 마음이 따뜻해졌던 그림들이 있다.바로 장생도(長生圖)다.조선 사람들은 질병과 수명에 대한 불안, 자손의 안녕에 대한 바람을그림 속 상징으로 표현했다.그 중에서도 학, 소나무, 거북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였다.장생도는 단지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 아니라,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지를 표현한 철학적 그림이기도 하다.그 속에서 조선 사람들은 바람을 걸고, 후손에게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랐다.학 – 고결하고 장수하는 존재학(鶴)은 동양 회화에서 가장 오래된 장수의 상징이다.하늘을 유유히 나는 학의 모습은 인간이 다다르고 싶은 ‘도(道)’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2025. 6. 5.
민화 속 상징의 힘 ④ 용과 해태 용과 해태 – 권위와 정의를 그리다민화는 두려움 대신 믿음을 그리고, 위엄 속에서 위로를 찾아낸다.민화 속 ‘힘’의 상징은 무엇이었을까지금까지 민화에서는 연꽃의 고요함, 모란의 풍요로움, 호랑이의 해학 같은 감성적 상징을 주로 다뤘다.그러나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그림은 때때로 보호받고 싶다는 마음, 공정한 세상에 대한 바람을 표현하는 통로이기도 했다.그럴 때 등장하는 존재들이 있다.바로 용(龍)과 해태(獬豸)다.이 두 상징은 민화 속에서 가장 강한 힘과 권위를 상징하면서도,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의로움’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이번 글에서는 이 두 상징이 민화에서 어떻게 그려졌고, 어떤 마음이 담겼는지를 살펴보려 한다.용 –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운의 상징용은 동양 문화 전반에서 권위, 생명력, 비를 .. 2025. 6. 3.
민화 속 상징의 힘 ③ 모란과 봉황 모란과 봉황 – 부귀와 이상, 전통의 절정민화는 마음속 이상을 꽃으로 피우고, 하늘의 새를 내려와 앉게 만든다.화려함 속 절제된 기품, 모란민화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단연코 ‘모란(牡丹)’이라고 말할 수 있다.모란은 그 자체로 부귀와 영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꽃이다.조선 후기 서민들은 화려하면서도 복스러운 상징을 그림 속에 담기를 원했다.그 바람이 가장 풍성하게 표현된 것이 바로 모란이었다.모란은 꽃잎이 풍성하고 화려하며,잎은 부드럽고 굵직한 선으로 그려진다.채색은 진홍, 진분홍, 노랑, 주황까지 다양한 색조가 쓰인다.배경 없이 꽃만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지만,나비나 새, 화병, 병풍 속 패턴으로도 자주 활용된다.민화 속 모란은 사실감을 넘어서 이상적 이미지에 가깝다... 2025. 6. 3.
민화 속 상징의 힘 ② 책거리, 물고기, 박쥐 책거리, 물고기, 박쥐 – 조선의 마음을 담은 상징들“민화 속 사물은 그냥 사물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바람이고, 기도였으며, 삶의 언어였다.”사물에 바람을 담는 마음민화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다.그 안에 담긴 뜻을 알고 나면, 그저 지나쳤던 소재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책이 단순한 지식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자부심이 되고,물고기가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이 번영과 흐름을 상징하게 된다.이번 글에서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대표 민화 소재 세 가지,책거리, 물고기, 박쥐에 담긴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책거리 – 지식과 교양의 시각적 선언책거리는 조선 후기 민화의 대표적 정물화다.이름 그대로 책과 문방사우, 도자기, 화병, 향로 등이 함께 배치된 그림이다.책거리가 유행한 시기는 중.. 2025. 6. 3.
민화 속 상징의 힘 ①연꽃과 호랑이 붓끝에서 피어나는 상징의 언어, 민화는 조용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한국 전통 민화, 그 안에 담긴 상징의 세계민화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기술만큼이나 궁금했던 것이 바로 ‘왜 그렸을까’라는 질문이었다.왜 연꽃을 그리고, 왜 호랑이를 그렸을까.왜 까치와 함께 등장하고, 연꽃은 유난히 맑은 분홍빛일까. 민화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다. 조선 시대의 사람들은 삶에서 얻고 싶은 것, 지키고 싶은 것을 그림에 담았다.그리고 그것을 상징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복을 기원하고, 병을 막고, 자식의 출세와 가정의 안녕을 바랐다.그 마음이 바로 민화 속 상징의 힘이다.이번 글에서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두 가지 소재, 연꽃과 호랑이를 통해 민화 속 상징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연꽃 .. 2025. 6. 3.
민화 연꽃 채색 따라하기 – 초보도 할 수 있는 전통 그림 취미 색을 입히며 나를 돌아보다. 조용히 피어난 한 송이 마음의 연꽃.먹선 위에 떠오른 고요한 풍경민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할 수 있을까?’였다.선을 긋는 것도, 붓을 드는 것도 낯설고 조심스러웠다.그러나 연꽃 도안을 받고, 먹선으로 그 형태를 완성했을 때 나는 조금은 달라진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드디어 그 선들 위에 색을 입히는 날이 찾아왔다.채색은 내가 그린 선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작업 같았다.그냥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선의 의미를 되새기며 색으로 숨을 불어넣는 과정. 조용한 마음으로 분채를 풀고, 붓에 물을 적셔 연잎 위를 천천히 지나갈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물들어갔다.붓끝에 얹힌 하루의 감정들내가 선택한 색은 푸른 청록빛이었다.잎.. 202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