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의 붓질로 전통을 입히다. 동양화 물감으로로 물들인 나의 첫 민화.”
1. 민화 채색의 세계: 선 위에 감성을 입히다
민화는 선으로 시작해 색으로 완성된다.
먹선 작업이 조형과 균형을 잡는 기초라면,
채색은 민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 같은 과정이다.
민화의 색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철학과 상징을 담고 있는 전통색채의 결정체다.
전통 민화 채색에는 ‘분채(粉彩)’라는 기법이 쓰인다.
분채는 자연 광물이나 안료를 곱게 갈아 아교풀에 섞어 색을 내는 방식이다.
석채(石彩)라고도 하며, 일반 물감과는 달리 색이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특히 민화에서는 한 톤으로 꽉 채우기보다는 여러 겹을 얇게 덧칠해 색의 깊이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채색은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다만, 취미로 시작했기 때문에 동양화 물감만으로 충분
- 아교와 물을 섞은 아교풀 만들기
- 안료에 아교풀을 섞어 기본 색 준비
- 연한 색으로 밑칠
- 중간 톤과 진한 톤으로 색의 입체감 표현
- 필요 시, 선 위에 먹선을 다시 올려 마무리
전통 채색은 단순한 색칠이 아니라, 붓의 결과 손끝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정서다.
2. 나의 연꽃 채색 이야기: 고요함 속의 생명력
민화 수업 두 번째 시간, 드디어 선화에 색을 입히는 채색에 들어갔다.
아래는 내가 채색한 첫 연꽃 민화 작품이다.
이번 그림에서 나는 전체적으로 푸른 톤을 중심으로 색을 구성했다.
푸른 연잎과 그 속의 연꽃 봉오리는 고요함과 깨달음을 상징하고,
함께 있는 연한 황토빛 연잎은 계절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다.
🎨 채색 포인트
- 연잎 색: 청록 계열의 3단계로 덧칠해 깊이감을 줌. 진한 녹색으로 윤곽을 잡고, 연한 녹색으로 중앙 쪽에 그라데이션을 표현.
- 연꽃 봉오리: 채색을 하지 않고 원래 종이의 밝은 톤을 살렸음. 추후 연한 분홍 또는 백련 느낌으로 포인트 채색 예정.
- 줄기와 잎맥: 약간 탁한 황록 계열로 고요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
채색하면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색이 감정을 따라 흘러간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던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들이 있었고, 붓을 쥔 손끝에 집중하면서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3. 전통 색의 의미와 민화의 감성, 그리고 나의 변화
민화 채색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전통 색의 의미와 소재의 상징성을 알고 접근하면,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긴 세계가 훨씬 넓어진다.
💠 민화에 자주 쓰이는 전통색과 상징
- 청색(靑): 장수, 불로장생, 생명의 시작
- 홍색(紅): 기쁨, 축복, 부귀
- 백색(白): 순수, 청결, 깨달음
- 흑색(黑): 보호, 정화, 위엄
- 황색(黃): 중심, 대지, 안정감
이러한 색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의 염원을 시각화한 도구였다.
내가 연꽃 민화를 채색하면서 청록을 택한 이유도,
‘고요한 아름다움’이라는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나의 변화
민화를 배우기 전에는 그림은 예술가들의 세계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한 붓 한 붓 따라가다 보니, 내 감정도, 마음도 그림에 담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 작업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녹여주는 시간이 되었고,
나만의 속도로 흐르는 창조의 시간이 되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민화의 전통 소재 중 하나인 ‘모란’을 그려볼 계획이다.
모란은 부귀와 영화의 상징으로, 매우 화려하고 장식적인 느낌이 있는 꽃이다.
먹선과 채색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민화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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