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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취미미술

민화 속 상징의 힘 ③ 모란과 봉황

by 스토리원스 2025. 6. 3.

모란과 봉황 – 부귀와 이상, 전통의 절정

민화는 마음속 이상을 꽃으로 피우고, 하늘의 새를 내려와 앉게 만든다.

직접 그린 모란
직접 그린 모란

화려함 속 절제된 기품, 모란

민화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모란(牡丹)’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란은 그 자체로 부귀와 영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꽃이다.

조선 후기 서민들은 화려하면서도 복스러운 상징을 그림 속에 담기를 원했다.
그 바람이 가장 풍성하게 표현된 것이 바로 모란이었다.

  • 모란은 꽃잎이 풍성하고 화려하며,
    잎은 부드럽고 굵직한 선으로 그려진다.
  • 채색은 진홍, 진분홍, 노랑, 주황까지 다양한 색조가 쓰인다.
  • 배경 없이 꽃만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지만,
    나비나 새, 화병, 병풍 속 패턴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민화 속 모란은 사실감을 넘어서 이상적 이미지에 가깝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크기와 배치,
정면을 향해 피어난 강렬한 생명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복이 내게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 모란은 단순한 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피어나길 바라는 강한 염원의 표현이다.


신화 속 새, 봉황이 전하는 이상 세계

모란이 땅 위의 번영을 상징한다면,
하늘을 나는 봉황(鳳凰)은 그보다 더 이상적인 세계를 뜻한다.

봉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새다.
그러나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봉황은 다스림, 평화, 이상적인 통치의 상징이었다.
왕비 또는 어진 여성을 상징하는 존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 봉황은 주로 긴 깃털, 두 마리의 쌍, 화려한 꼬리 깃으로 표현된다.
  • 새 중에서도 크고 신성한 존재로 그려지며,
    색은 보통 붉은빛을 중심으로 파랑, 보라, 금색까지 화려하게 사용된다.
  • 민화에서는 모란과 짝을 이루거나, 용과 대조적인 쌍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봉황은 단지 장식적인 새가 아니다.
그림 속에서 봉황이 하늘을 나는 것은,
이상이 현실 위에 내려오기를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다.

봉황이 모란 위에 내려앉는 그림은,
바로 ‘부귀와 조화로운 세상이 함께하는 그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의 이상, 지금의 감성

모란과 봉황은 조선 사람들의 가장 높은 이상과 기대를 상징했다.
한쪽은 땅 위의 번성, 다른 한쪽은 하늘의 조화.
이 두 가지가 하나의 화면 안에 담길 때,
그림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삶에 대한 선언이 되었다.

요즘 현대인들은 이런 민화 속 화려함에서 위안, 희망, 그리고 따뜻한 에너지를 얻는다.
모란의 풍성함은 내 안의 결핍을 채워주는 힘이 되고,
봉황의 화려한 깃털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내가 민화 수업에서 모란을 채색할 때 느꼈던 것도 그러했다.
선이 겹칠수록, 색이 쌓일수록
내 마음속에도 풍요로운 이미지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