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드는 순간부터
나는 다시 흐르고 있었다
물결을 타고, 비늘을 세우고,
용이 되어 날아오르기까지
민화, 물고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민화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꼭 한 번 그려보고 싶었던 그림이었다.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시간과 인내를 거쳐 용이 되는 존재.
그 상징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기 때문일까.
이번 그림은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정성껏 완성했다.
하나는 파랑빛 비늘로,
또 하나는 따뜻한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한 쌍이 되도록 마주보게 그려,
변화와 조화를 함께 담고 싶었다.
어변성룡도란 무엇인가?
‘어변성룡(魚變成龍)’은 글자 그대로
물고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는 과거 급제의 염원을 담은 길상화로,
노력 끝에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단지 출세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늘날의 나에게 어변성룡도는
변화의 용기, 흐름을 따라가는 유연함,
그리고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집념을 상징한다.
물결은 낮은 데로 흐르지만
그 안에서 몸을 흔들고,
수면 위를 향해 힘껏 도약하는 물고기의 몸짓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작업 과정 – 비늘 하나하나에 담은 시간
이번 작업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비늘을 하나하나 그리는 건
단순히 반복이라기보다
마음과 붓을 다잡는 시간이었다.
- 도안 옮기기
- 두 마리 물고기를 좌우 대칭으로 마주 보게 그렸다.
- 전통 원형 구도로 안정감을 주었다.
- 먹선 작업
- 입체감을 주기 위해 비늘과 눈, 지느러미, 파도선을 섬세하게 나눴다.
- 채색 단계
- 왼쪽은 군청과 연녹으로 차분하게,오른쪽은 주황과 황금색 계열로 생동감을 주었다.
- 같은 도안이지만, 색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보는 재미가 있다.
- 디테일과 마무리
- 물결, 구름, 용두 장식에 석채를 넣어 반짝이는 질감을 표현했다.
- 마지막엔 각각의 물고기가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민화를 그리는 마음 – 나도 언젠가 용이 되리라
사실 이 그림은 단순한 완성작 이상이다.
아이를 키우며, 일도 병행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내어 완성한 결과물이기에
더 의미 있다.
“나도 언젠가 이 물결을 넘어,
나만의 하늘로 날아가리라.”
이런 다짐을 담아,
비늘 한 조각 한 조각에 마음을 쏟았다.
민화를 그리는 건 언제나 그렇다.
단지 그림이 아니라,
내 삶과 감정, 염원이 고스란히 스며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완성의 순간은 늘 뭉클하다.
다음엔 뭘 그릴까?
어변성룡도가 끝난 지금,
다음 민화는 문자도를 이어갈까 고민 중이다.
또는 지금까지 그린 민화를
손거울이나 액자 소품으로 만드는 것도 좋을 듯하다.
민화는 끝이 없는 세계다.
그림이 완성되어도,
그 안에서 내가 또 달라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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