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취미미술

민화에서 자주 쓰이는 문양 해설 – 상징 속에 담긴 염원

by 스토리원스 2025. 6. 24.
한 송이 꽃, 한 마리 동물, 하나의 문양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조선 시대 민중의 마음속 소망과 신념, 삶의 이야기가
화폭 위 문양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오늘은 민화 속 대표 문양들이 지닌 상징과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

문양, 단순한 그림이 아닌 삶의 기호

민화는 단순히 ‘예쁘게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각각의 도상(圖像), 곧 문양은
삶에 대한 간절한 기원이자,
행복을 향한 바람의 시각적 표현이다.

조선 후기 민화는 궁중화나 사대부 문인화와는 다르게
서민의 현실과 소망이 직접 반영된 그림이다.
그래서 병풍, 가정용 장식화, 혼례용 그림, 아기 돌 그림 등 생활 전반에 활용되었다.

그림 속 호랑이는 단지 맹수가 아니고,
책거리는 단지 책장이 아니다.
이 모든 문양은 나름의 ‘상징 언어’로
우리 조상들의 삶과 철학을 담고 있다.


동물 문양 – 염원의 의인화

1. 호랑이
호랑이는 용맹과 권위, 동시에 민중의 해학을 상징한다.
특히 까치와 함께 그려지는 까치호랑이
권력을 풍자하고, 복을 부르는 그림으로 인식되었다.
까치는 기쁨을 전하고, 호랑이는 액을 막는 수호신 역할을 했다.

 

2. 나비
나비는 사랑과 기쁨, 결혼을 상징한다.
특히 꽃과 함께 등장할 경우,
‘부부 금실’ 또는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다.
가볍고 우아한 모습은 여성성과 봄의 생동감을 대표한다.

 

3. 물고기
쌍어(雙魚)는 부부의 화합, 재물과 풍요를 상징한다.
불교적 영향으로 복을 부르는 존재로 여겨졌으며,
민화 속에서는 연꽃, 파도, 구름 등과 함께 어우러져
길상의 이미지로 그려졌다.

 

4. 학과 거북
장수를 대표하는 두 동물.
특히 십장생도에서는 이 둘이 핵심 문양으로 등장한다.
학은 고귀함과 장수,
거북은 인내와 지혜를 상징한다.


식물 문양 – 사계절과 인생의 은유

1. 연꽃
연꽃은 부처의 상징으로 불교적 배경이 짙다.
진흙 속에서도 깨끗한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청정’과 ‘재생’, ‘고귀함’의 상징이다.
연잎, 연실과 함께 그려지며 조화로운 구성을 이룬다.

 

2. 모란
모란은 부귀와 영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꽃이 화려하고 크며,
많은 꽃잎은 복과 자손 번영을 상징한다.
왕실이나 혼례 관련 민화에 자주 등장했다.

 

3. 매화, 대나무, 국화, 난초 (사군자)
각기 다른 계절을 상징하며
군자의 품격과 절개, 겸손, 지조를 나타낸다.
민화에서는 각각 단독 또는 병풍 형식으로 표현되며
문인의 정신과 닿아 있다.

 

4. 복숭아
복숭아는 불로장생을 뜻하는 대표 문양이다.
특히 노인 캐릭터나 선도(仙桃)로 표현되며
자연물과 어우러져 신선 세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기물·자연 문양 – 삶의 공간을 채우다

1. 책거리
책거리 문양은 서책, 문방구, 도자기, 식물 등이 병풍에 배치된 형식이다.
학문, 지혜, 품격, 자녀의 성취 등을 상징한다.
조선 후기 사대부 문화와 맞닿아 있으며
민중에게는 자녀의 출세, 시험 합격의 기원이기도 했다.

 

2. 일월오봉도
해와 달, 다섯 봉우리, 파도, 소나무가 어우러진 그림.
왕실의 상징으로도 쓰였으며
우주와 왕권,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한다.
오늘날에는 집안을 밝히는 인테리어 민화로도 인기다.

 

3. 구름과 물결
하늘과 바다를 의미하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상징한다.
용이나 학, 해태 등과 어우러져 우주적 조화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문양 속 염원 – 민화가 전하는 마음

민화의 문양은
‘잘 살고 싶다’, ‘건강하고 싶다’, ‘자식 잘 되길’이라는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이 담긴 상징어다.

각 문양은 단순히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이의 염원이자
그림을 보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기도문과 같았다.

그래서 민화는 지금까지도
단순한 전통 그림을 넘어서
마음을 위로하는 상징의 예술로 사랑받고 있다.


마무리하며

처음에는 단지 예뻐서 보게 된 민화였다.
하지만 문양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고 나면
그림이 곧 이야기로 다가온다.

호랑이는 우리 마음속 불안과 맞서 싸우는 수호자였고,
나비는 사랑과 생명,
물고기 두 마리는 가정을 지키는 바람이었다.

민화 속 문양을 알아가는 시간은
조상들의 삶과 정서를
하나하나 이어주는 따뜻한 공부이자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